지구를떠도는유령영화제/4th EGOFF

상영작 <내 집> 감상평 ㅣ 이곳은 내 집이야, 아니야?

egoff 2024. 10. 14. 13:52

 

  ‘내 집 마련어쩌면 지금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꿈이자, 과업이 아닐까? 지금도 수많은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지만, 당장 내가 살 집이 없다. ‘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꿈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행복의 상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망을 안겨주는 현 사회의 주요한 지표이다. <내 집>은 그 의 절망편이다.

 

  <내 집>에서 집은 행운이 아닌, 어떤 불행처럼 묘사된다. 가장 안락해야 할 공간인 집은 불안과 공포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불명의 어머니와 남편의 연락은 주인공을 괴롭히고, 기묘한 존재들은 집 안으로 침입한다.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다. 집은 외부의 침입을 막아주지 못하고, 자신은 빠져 나가지 못하는 어떤 감옥과 다름없다. 숨은 점점 막혀 오지만, 주인공이 피할 곳은, 집 밖이 아닌 또 다른 집 안 뿐이다. 집은 주인공에게 악몽의 공간이다.

 

  <내 집>은 가장 안락해야 할 공간에서, 가장 큰 불안을 겪는, 현대인의 악몽을 그려낸다. 오프닝 화면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아파트는 우리에게 어떤 상실감을 안겨주며, 집 안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은 흥미진진한 서스펜스를 안겨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주인공의 행적이다. 주인공이 그 감옥과 다름없는 집에서, 서서히 어떤 곳으로 떠밀려 가는지를 눈여겨보자. 그곳이 그녀의 집이다. 그곳이 내 집이다.

 

―김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