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떠도는유령영화제/4th EGOFF

상영작 <코> 감상평 ㅣ내가 보고 있는 건 너의 '코'가 아니야

egoff 2024. 10. 14. 13:46

<코> 스틸컷

 

  코가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코는 정체불명의 공원에서 출현한다. 남자는 코를 찾기 위해 달리고, 마침내 자신의 코를 대면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봐라봐야 할까?

  영화 <>는 당대 러시아 관료주의를 풍자한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소설 <>2024년 한국에서 재현한다. 하루 아침에 코가 사라졌다는, 소설 속 엉뚱한 발상과 유머러스함을 일정 부분 계승하고 있지만, 영화 <>의 특권적인 주제라면, 코가 사라진 신체가 세계와 맺는 관계이다.

  코가 사라진 신체는 <>에서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신체의 결함,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신체가 타인의 신체와 다르다는 사실은, 주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받고, 신체의 공백을 두꺼운 금속으로 가려야만 되는 어떤 압제로 다가온다.

  <>는 그럼에도 전혀 비관적인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오히려 통통 튀고 귀여움으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코를 찾아다니는 남자는 완벽한 존재는 아니더라도, 사랑스러운 존재로 그려진다. 코가 나에게 없다면, 차라리 괴상한 코라도 붙이면 된다. 너와 내가 다르게 생겼다는 외면의 차이는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내면의 정념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 피부색, 젠더, 혹은 외모를 잣대로 누군가를 위계화하는 현 사회에서 <>는 외면의 차이를 무력화하고 내면에 주목하는, 이 시대의 로맨틱코미디이다.

 

―김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