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13

상영작 <온실인간> 감상평 ㅣ 기억의 광합성에 대하여

두 인간이 있다. 그리고 좁은 방이 있다. 골방과도 같은 음침한 방에는 자그마한 햇빛만이 내리 쬐고 있다. 두 인간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하다. 인간이라기에는 말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어눌하고, 마치 광합성을 하는 것처럼 침대에 잠자코 누워있다. 대체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다만 희미한 기억들이 차츰 틈입하기 시작한다. 이 기억은 희망적이지도 그렇다고 선명하지도 않은 혼탁한 기억들이다. 칼, 피, 상처와 같은 폭력의 이미지부터 하천과 소녀의 영롱한 이미지까지, 종잡을 수 없는 기억의 파편들이 드문드문 영화 속에서 출현한다.   기억의 잔해 속에서 두 인물은 좁은 골방을 흐릿하게 헤맨다. 기억은 그들의 족쇄이다. 마치 어떤 메아리처럼 영원히영원히영원히... 되풀이하는 그들의 ..

상영작 <내 집> 감상평 ㅣ 이곳은 내 집이야, 아니야?

‘내 집 마련’ 어쩌면 지금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꿈이자, 과업이 아닐까? 지금도 수많은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지만, 당장 내가 살 집이 없다. ‘집’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꿈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행복의 상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망을 안겨주는 현 사회의 주요한 지표이다. 내 집>은 그 ‘집’의 절망편이다.   내 집>에서 집은 행운이 아닌, 어떤 불행처럼 묘사된다. 가장 안락해야 할 공간인 집은 불안과 공포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불명의 어머니와 남편의 연락은 주인공을 괴롭히고, 기묘한 존재들은 집 안으로 침입한다.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다. 집은 외부의 침입을 막아주지 못하고, 자신은 빠져 나가지 못하는 어떤 감옥과 다름없다. 숨은 점점 막혀 오지만, 주인공이 피할 곳은, 집 밖이 아닌 ..

상영작 <코> 감상평 ㅣ내가 보고 있는 건 너의 '코'가 아니야

코가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코는 정체불명의 공원에서 출현한다. 남자는 코를 찾기 위해 달리고, 마침내 자신의 코를 대면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봐라봐야 할까?  영화 코>는 당대 러시아 관료주의를 풍자한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소설 코>를 2024년 한국에서 재현한다. 하루 아침에 코가 사라졌다는, 소설 속 엉뚱한 발상과 유머러스함을 일정 부분 계승하고 있지만, 영화 코>의 특권적인 주제라면, 코가 사라진 신체가 세계와 맺는 관계이다.  코가 사라진 신체는 코>에서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신체의 결함,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신체가 타인의 신체와 다르다는 사실은, 주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받고, 신체의 공백을 두꺼운 금속으로 가려야만 되는 어떤 압제로 다가온다.   코>는 그럼에도 전..

제4회 지구를떠도는유령영화제 후원 안내 (3일 남았어요!)

안녕하세요! 유령입니다( • ᴗ - ) ✧제4회 지구를떠도는유령영화제가 드디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EGOFF는 텀블벅을 통해 영화제 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https://link.tumblbug.com/LVQGjdnUENb Shorts의 뜻은 바지 아니고 단편영화~어디에서도 상영한 적 없는 단편영화를 상영합니다. 올해의 주제는 '유령과 상상!'tumblbug.com 올해도 깜찍한 리워드를 준비했습니다₍ · з · ₎ 먼저 의 다미엘도 애용하는 유령 주머니(짐색)!  그리고 스테판도 사랑하는 유령 보틀! 마지막으로 we love shorts! 티셔츠입니다! 모두 텀블벅 리워드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많은 관심 부탁해요(๑′ᴗ‵๑)

4th EGOFF | 상영작 인터뷰 ❛생로뱀사의 비밀❜

안녕하세요! 유령입니다( ᷇࿀ ᷆ ) 4th EGOFF 상영작 ❛생로뱀사의 비밀❜ 김소연 감독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국제뱀파이어협회'라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아이러니를 재미있게 담아낸 작품을 좋아하고, 또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제 꿈에 피를 못 먹는 뱀파이어가 나왔습니다. 이 서양의 소재에 한의원이라는 장소를 섞으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특히 미술에 공을 들였으리라 예상됩니다. 미술 컨셉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관련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한의원 때문에 미술 감독님이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원래 원하던 한의원의 룩은 더 크고 조잡한 로케이션에서 실현될 수..

4th EGOFF | 상영작 인터뷰 ❛내 집❜

안녕하세요! 유령입니다( ᷇࿀ ᷆ )4th EGOFF 상영작 ❛내 집❜ 지남철 감독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집을 향한 욕망이 세련되게 풀리는 스릴러 영화였는데요. 덕분에 팀원 모두 흥미진진하게 감상하였습니다. 영화를 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영화가 제작된 시기인 2022년은 집값의 드라마틱한 상승이 일어난 시기입니다. 여기저기서 빚내서 집을 사야 했다는 탄식이 들려왔고 그 이후 너도나도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 투자에 올인 한 게 대한민국의 상황인데요. 이것마저도 빚낼 여력이 있는 사람들까지의 이야기이고 그것조차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욕망의 대상이 된 ‘집’과 그 욕망에서 가장 배제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Q. 특히 주연 배우님의..

4th EGOFF | 상영작 인터뷰 ❛온실인간❜

안녕하세요! 유령입니다( ᷇࿀ ᷆ )4th EGOFF 상영작 ❛온실인간❜ 장재우 감독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로케이션의 특별한 변화 없이 주로 집에서 촬영이 진행된 작품인데요. 제작하시며 특별히 장소에 대해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으실까요?A. 온실 인간은 작년에 학교 과제로 찍게 된 작품이었어요.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하고 싶었기에 실제로 살고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큰 부담 없이 저예산으로 이틀 동안 제가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촬영된 작품입니다.    Q. 흑백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관계가 벗어나기 힘든 속박적인 관계로 다가오는 아이러니 역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둘의 관계를 특별히 흑백으로 담아내신 연출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A. 온실 인간은 기억..

4th EGOFF | 상영작 인터뷰 ❛검정, 사랑의 색❜

안녕하세요! 유령입니다( ᷇࿀ ᷆ )4th EGOFF 상영작 ❛검정, 사랑의 색❜ 임세연 감독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낯선 이와의 만남, 과거에 대한 치유... 이와 같은 주제가 많은 관객들께 공감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학교에서 찍은 첫 연출작인 만큼 제가 가장 많이 느꼈고, 잘 아는 것에 대해서 쓰고 싶었습니다. 당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죽기 전, 단 한편만 찍는다면 뭘 찍지?'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Q. 미술에 굉장한 공을 들이신 것으로 보입니다. 미술 관련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A. 평소에 영화 미쟝셴, 그림 같은 것들을 아카이브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런 버릇이 프로덕션 디자인에 영향을 끼친 것 같은데요. 미술 관련 에피..

4th EGOFF | 상영작 인터뷰 ❛서부웨이❜

안녕하세요! 유령입니다( ᐛ )و4th EGOFF 상영작 ❛서부웨이❜ 허성준 감독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먼저 제작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령의 조심스러운 추측으로는, 졸업영화를 기획하다가 자연스럽게 자전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요. 어떻게 졸업영화를 찍는 학생과 카우보이의 만남을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졸업영화를 찍기 위해 기존에 준비하던 시나리오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이게 정말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영화인가?’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퇴고가 되지 않는 시나리오를 엎고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도전해보고 싶었던 서부 영화를 찍어보자 생각하며 의 초고를 썼습니다. 퇴고를 하며 자연스럽게 저의 모습이 주인공 ‘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