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떠도는유령영화제/4th EGOFF

4th EGOFF | 상영작 인터뷰 ❛내 집❜

egoff 2024. 10. 4. 21:07

안녕하세요! 유령입니다( ᷇࿀ ᷆ )

4th EGOFF 상영작 ❛내 집❜ 지남철 감독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집을 향한 욕망이 세련되게 풀리는 스릴러 영화였는데요. 덕분에 팀원 모두 흥미진진하게 감상하였습니다. 영화를 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영화가 제작된 시기인 2022년은 집값의 드라마틱한 상승이 일어난 시기입니다. 여기저기서 빚내서 집을 사야 했다는 탄식이 들려왔고 그 이후 너도나도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 투자에 올인 한 게 대한민국의 상황인데요. 이것마저도 빚낼 여력이 있는 사람들까지의 이야기이고 그것조차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욕망의 대상이 된 ‘집’과 그 욕망에서 가장 배제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내 집> 스틸컷

 

 

Q. 특히 주연 배우님의 연기와 동선이 중요했던 영화로 보이는데요. 촬영 전에 연기 연출 관하여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주연을 맡은 신윤지 배우는 연극과 영상 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주인공 여름이 겪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양식이 연기에 어려움을 줄 수 있지만 많은 무대연기 경험을 가진 신윤지 배우는 오히려 이런 상황들이 연극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해줬습니다.

 

 

Q. 작품 제목이 <내 집>인 만큼 '집' 로케이션이 중요하셨을 거 같은데요. 어떤 기준으로 로케이션을 선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일단 이야기가 대부분 집 안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집안의 디자인이 그림의 다양함을 추구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간 자체가 무척 재미있는 집이죠. 실제 평수는 넓지 않지만 현관서부터 거실까지 긴 복도 형식을 취하고 있어 큰 집처럼 보였거든요. 마치 무대같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그것을 활용한 컷을 낮과 밤에 걸쳐 두 번 찍었는데 좋은 대구를 이뤘던 거 같네요.

 

 

<내 집> 스틸컷

 

 

Q. 여자가 혼자 있는 밤, 마치 투명 인간이 집에 있는 것처럼 세면대에 물이 틀어지는 등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데요. 영화 제목처럼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내 집'이란 어떤 걸까요?

A. 잘 지적해주신 것처럼 주인공이 ‘내 집’이라 생각하는 장소 혹은 물건들이 여긴 ‘너의 집’이 아니잖아! 하는 장면이죠. 영화 속과 비슷한 상황이 나오는 장 주네의 ‘하녀들’이라는 연극에는 잘못을 저지른 하녀가 ‘물건들은 우리를 배반해, 물건들은 악착같이 우리를 고발해, 마치 우리가 무슨 큰 죄인이나 되듯이 말야.’라고 외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느낌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해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내 집’은 내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할 수 있는 장소 아닐까요? 그러려면 대출같은 건 없는 편이 좋겠죠. 하하

 

 

Q. 밤에 스탠드를 켜고 술판을 벌이는 여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포함해 감독님이 특별히 연출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A. 말하기 보다는 보여주는 연출을 위해 애를 썼구요, 그러다보니 해석의 여지가 생기는 부분들이 많아졌는데 그 또한 저는 즐기는 편입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호흡기를 잃어 숨이 가빠진 채 의자 앞에서 열연을 펼쳐 보였던 신윤지 배우. 그리고 무시무시한 의자의 움직임을 만들어준 남준식 미술감독의 유령같은 의자 조종술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영화에는  두 가지 그림이 나오는데 하나는 브뤼헬의 <추락하는 이카로스가 있는 풍경>, 다른 하나는 드가의 <스타> 입니다.

 

 

<내 집> 스틸컷

 

 

Q. 영화가 제작되고 2년이 흘렀습니다. 현재에도 영화와 관련한 일을 하고 계신가요? 근황을 들려주세요!

A. 코로나 이후 산업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런 와중이지만 저는 2023년에 장편 독립 영화 제작에 착수해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작업까지도 거의 완료했습니다. 제목은 <여름 너머>입니다. 내용은 오랜만에 휴가차 바닷가 주변 펜션에 연인들이 놀러갔는데 주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용의자는 잡히지 않은 상황이죠. 그날 밤 연인들은 다투고 각자의 방에서 자는데 누군가 펜션 안으로 들어오는 거죠. 영화는 멜로와 서스펜스 그리고 일종의 소소한 코미디로 구성된 재밌는 영화입니다. <내 집>에서 배우고 보완한 점들이 많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관객 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내 집>을 제작하고 일상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결국 감독은 영화를 만듦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코로나시기에 찍은 <내 집>은 어려운 상황에서 작업을 했지만 저에게 큰 의미를 줬습니다. 또한 많은 인연을 만나게 해줬죠. 그 인연과 배움이 다시 장편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고요. 그렇게 감독은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거란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일상에 달라진 점보단 그 (영화를 만든다는) 이어지기 어려운 일상을 유지해 가는 게 저의 주요 관심사항이자 목표입니다. 그리고 긴 시간이 걸렸지만 EGOFF에서 <내 집>을 공개할 수 있게 돼 무척 다행이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제를 위해 고생해주신 운영팀과 영화를 위해 애써준 배급사 센트럴 파크에 많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으스스한 유령이 나오는 영화를 들고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매력적인 스릴러 영화, <내 집>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에 상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