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떠도는유령영화제/4th EGOFF

4th EGOFF | 상영작 인터뷰 ❛코❜

egoff 2024. 10. 4. 16:41

안녕하세요! 유령입니다(๑′ᴗ‵๑)

4th EGOFF 상영작 ❛코❜ 권지윤 감독님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감독님, 안녕하세요! 니콜라이 고골의 『코』를 원작 삼아 한국의 대학교를 배경으로 풀어가신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해당 소설을 각색하신 계기를 더불어 이번 영화를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사실, 본 영화는 지난(2024-1)학기의 한 수업(영상제작실습 1)의 과제로 제작한 것이었고 당시 교수님이 제시한 조건이 영향을 끼친 부분이 많은 영화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각색할 것'이 그 조건들 중 하나이자 핵심이었고요. 다만 그중에서도 제가 왜 [코]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얘기할 수 있겠네요. 수업을 같이 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드라마/영화/만화 등 시각 이미지가 존재하는 작품을 선택했더라고요. 그게 '안전'하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런 선택지들이 안전한 대신에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다고 느꼈고, 끽해야 재현도 아닌 재연에 그치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빅토르 최의 음악을 물꼬로 러시아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죠. 하루는 러시아어 과외 선생님이 [코]라는 작품을 소개해주시면서, '지윤은 영화를 찍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이 소설을 시각화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재밌겠어요.'라고 말해주셨어요. 저는 그말에 아무 답도 못했습니다. 소설은 무척 재밌었는데, 아주 막막했거든요. 그로부터 수년간 뇌 한 구석에 박혀있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거예요.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코> 스틸컷

 

 

Q. 전문 연기자가 아닌 배우분들과 호흡을 맞추셨는데요. 연기 연출과 더불어 촬영장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이 부분 역시 학교 과제물 제작이기 때문에 생긴 제약 (마감기한, 재정 4만원...)으로 인해 비전문 연기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예술대학도 없어요(해당 수업은 신문방송학과의 전공 수업이었습니다). 학교 홍보 영상물에 출연했던 분들을 물색했습니다. '고준' 역을 맡은 임상현 배우의 얼굴이 자주 보이더라구요. 사실, 홍보 영상이라는 게... 상당히 오글거리는 프로파간다적 멘트들을 던져야 하잖아요. 그걸 해내는 사람이라면, '고준' 역할에 필요한 능청스러움을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연기 연출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배우들이 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계속 설명해주는 게 중요했어요. 말도 안 되는, 그야 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들의 연속인 이야기니까요.

 

 

Q. 인물이 코와 대면하는 장면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풍자적으로 느껴졌는데요. 영상화 하실 때, 코를 이처럼 사람이 머리에 쓴 모습으로 등장 시킨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고골의 [코]에서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무도 의인화된 '코'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물론 소설 말미에 뉴스 브리핑처럼 나오는 대목에서는 사람들이 '코'를 이상하게 여긴 것처럼 묘사하는데, 실제로 '코블로프'에게서 떨어져 나온 '코'와 마주하고, 이야기 나눈 사람들은 '코'를 '코'가 아니라 그냥 사람처럼 인식하죠. '코'는 심지어 옷도 잘 갖춰입었다고 묘사돼요. 그래서 저는 '코'에게 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고준'보다) 다부지고 우람한 몸매에 의복도 갖춘 몸이요. 그러면서도 이 몸의 주인이 '코'라는 게 직관적으로 보여야 하니까, '탈'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거죠. 마치 풍물놀이 때 등장하는 사자처럼요... 우선 그 마스크에 한 번 압도되고, 길고 큰 몸에 두 번 압도되는 느낌을 원했습니다.

 

 

<코> 스틸컷

 

 

Q. 코는 이목구비 중에서도 숨을 쉬는 기관으로 어쩌면 생명줄과도 같게 느껴집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코'란 어떤 존재인가요? 또는 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리고 싶으셨나요?

A. 제가 코가 없다고 생각하면요, 사실은 그래도 살만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더러운 지구에서 그중에서도 특히 더러운 축인 대도시 서울에서 멀쩡한 코 갖고도 숨쉬기는 어차피 어려워서요. 실제로 비염 인구도 많죠. 영화 속에서 '고준'이 코가 없어서 괴로워하는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코 없는 '얼굴'이 창피해서가 더 커요. 그럼에도 '고준'은 '코'와 대면해서 숨겨왔던 속내를 고백합니다. 맘껏 뛰고 싶고 달리고 싶다고요, 숨 못 쉴 걱정 없이요. 그건 코가 있길 바라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지구를 못살게 구는 인간들에게 바라는 점이 되기도 해요. 이렇듯 영화 속 '코'에 대한 열망은 광의의 '숨 쉴 구멍'을 바라는 마음으로 치환되는 것 같아요.

 

 

Q. 니콜라이 고골이 계속해서 '아무것도 아닌 거로 불안해 하는 찌질한 인간'을 그린다는 점에서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감독님이 해석한 영화 속 캐릭터와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캐릭터가 아니라도 원작과 차별점을 두고 싶으셨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A.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허영심'입니다. 소설 속에서 코를 잃어버린 '코블로프'는 허영심 있는 인간이에요. 소설 속에서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코를 되찾고 싶은 이유가 '창피해서'가 크고, 다음으로는 '네 까짓게 감히? 넌 내 부속물일 뿐이야.' 이거죠. 그렇지만 막상 떨어져 나간 '코'가 '코블로프'보다 더 높은 직급에 잘나가고,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심지어는 '코블로프'의 약혼자를 뺏으려 들고요. 실제로 원작은 관료제의 허위의식을 풍자한다고 설명되곤 하잖아요. 그런데 영화 속 대학생 '고준'은 우선 '창피'하지만, '코'에게 열등감을 느낀다거나 하진 않죠. 그냥 당장 일상 생활이 어려워지니까, 주목 받는 게 싫으니까 괴로운 것 뿐이에요. 다만 코 없는 얼굴을 가린다는 걸 헬멧을 써버려서 오히려 더 주목받을 정도로 좀 엉뚱하고,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일으키는 파장을 예측 못할 정도로 사회성이 떨어지고 무감각한 면이 있어요. '고준' 캐릭터를 구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너드'한데 웃겨야 된다는 거였어요. 그게 너드에 대한 조롱으로 보이면 또 안 되고, 두 요소가 각자 또 같이 존재해야 됐죠.

 

 

<코> 스틸컷

 

 

Q. 이외에도 연출적으로 제일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짜칠 수 밖에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짜치는 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게 하는 게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었어요. 아 하나 더, 무조건 웃겨야 했습니다. 10월 19일 극장에 웃음소리가 없다면 이 영화는 패망입니다.

 

 

Q. <코>를 제작하기 전과 후에 일상이 달라졌다면, 어떤 지점인가요?

A. 제 코가 나름 맘에 들어요... 원래는 진짜 싫어했거든요.

 

 

Q. 앞으로 제작하고 싶은 영화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A. 더 웃긴 영화요.

 

 


 

여기까지 권지윤 감독님의 인터뷰였습니다.

10월 19일에 많이 놀러와 주셔서 크게 웃어주세요! d=(´▽`)